하루 반나절 이상을 써서 도착한 란사로테섬. 렌터카를 빌릴까 잠시 고민도 했었지만, 초행길에 그것도 섬 시골길들을 운전하다 만에 하나라도 생길 문제들이 걱정돼서 결국 뚜벅이 여행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뚜벅이 여행, 역시 쉽지 않다.
도착한 호스텔은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와 예상했던 것보다 편안한 잠자리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교환학생 시절 처음으로 혼자 여행했던 몰타의 호스텔처럼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침대와 침구류는 그때 보다 훨씬 깔끔하고 편안해서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란사로테에서의 첫날, 첫날 아침은 알람과 함께 시작했다. 모두들 숙소 앞 도로공사 때문에 일찍 깼다는데 나는 내가 맞춰놓은 알람을 듣고 깼다. 그리고 처음으로 듣게 된 소식은 두 번째로 지원했던 대학원으로부터 받은 합격 오퍼 소식이었다. 첫 번째 대학원으로부터 합격한 이후, 내심 기대했던 지라 처음 붙었을 때보다는 놀람은 덜 했지만 기쁨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기쁨이 과했던 걸까?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하다가 그만 잘못된 버스를 타고 말았다.
그 덕에 1.4유로를 날리고 대략 30~40분의 시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행복했다. 조금 삐걱거리면 어때, 마음을 편히 가지자. 간사하게도, 곧 죽어도 급한 성격과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실수를 잘 용납 못하던 나의 예민함은 가장 큰 원인이었던 대학원 입학을 이루기 무섭게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조금 돌아 도착한 Jardin de cactus, 일명 선인장 정원. 바보같이 삼각대에 핸드폰 연결 부분을 안 가져와서 혼자 사진을 어떻게 찍지 했는데 애플워치가 나를 살렸다. (외국인들이 찍어주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다 ㅠ) 일 년 내내 일정 기온 이상을 유지하는 섬의 기온 덕에 유지되어 있다는 선인장 정원은 다양한 선인장들로 가득했다. 어떤 선인장은 내 키를 훌쩍 넘겼고 어떤 선인장은 이곳에 있지 않았으면 선인장인 줄 몰랐을 법한 모습이었다. 그중 동글동글하게 생긴 선인장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선인장을 보고 난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 했는데 다음 버스는 37분 후였다. 늦게 도착한 바람에 점심시간도 됐겠다. 정원 내에서 파는 비싸고 맛없는 점심보다는 제대로 된 걸 먹고 싶어서 구글맵을 켜니 세상에, 찐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이 걸어서 7분 거리에 있었다. 다다음 버스를 확인하니 대략 58분 후.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오픈과 동시에 첫 손님으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세인트루이스 스타일 립과 브리스킷을 0.5 인분씩 주문했다. 물론 코우슬로랑 사진에 없지만 빵도! (이미 브리스킷 한 조각 반과 빵 한 조각이 사라진 상태이다ㅋㅋㅋ) 입에 넣는 순간 녹는 브리스킷과 힘을 주지 않아도 뼈랑 자동으로 분리되는 립까지... 거기다 느끼함을 잡아주는 코우슬로는 정말 천상의 맛이었다ㅠㅠ 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은 대가로 나는 1시간가량 연착된 버스를 기다릴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정류장에서 기다렸던 란사로테 현지인 친구에게 번역기로 흔한 일이냐 물었지만, 현지인이 인정한 흔치 않은 일이었다ㅠ 그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별로 힘들지 않게 기다렸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날씨가 너무 좋다 보니 해변에 너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 가려던 미술관은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서 미리 봐둔 바다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센 파도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 ㅋㅋ 그래서 그냥 해변에 누워서 지는 석양을 보면서 잠시 누워있었다.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람과 따뜻한 햇살에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넓은 모래해변을 맨발로 걷는 순간 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아, 나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 순간이었다.
'여행일기 |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파리] 유럽 교환학생이라면 파리에서 무료로 누리는 여행을 (0) | 2023.03.03 |
---|---|
[란사로테 섬] 호스텔의 묘미란 이런 것 (0) | 2023.03.02 |
[런던] 토트넘 vs 맨시티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후기 (0) | 2023.03.02 |
[영국 | 런던] 덕질 여행을 가자(feat. 축덕) (0) | 2023.03.02 |
[홍콩, 마카오] 마카오&홍콩 여행 후기 (0) | 2023.03.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