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둘째 날, 오늘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집은 어디에'이다. 개강일이 7월 24일임에도 5일에 도착한 이유는 바로 집을 찾기 위해서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임시 숙소도 7월 17일에는 나와야 한다. 고로, 내 목표는 7월 14일(금)까지 살집 계약을 마치고 주말 동안 짐을 옮기는 것이다. 그렇게 멜버른에서 집 찾기 Day 1이 시작되었다.
일단 은행 계좌를 만들고 교통카드를 만들까라는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아침을 먹던 중 한국에서 대기 목록에 올려놨던 집 인스펙션(집 보기) 자리가 났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오늘 아직 해당 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것 하나로 바로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대략 따져보니 조금 서두르면 지하철역 근처 은행에 들려서 계좌를 열고 가는 길에 혹은 이후에 교통카드를 만들고 인스펙션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P다.) 그렇게 밥을 후다닥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집을 나섰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챙겨온 패딩은 살짝 과했다. 하긴, 캐나다, 폴란드에서도 살아봤으면서 호주 겨울을 왜 이리 걱정한 건지... 그래도 집안은 춥긴 춥더라.
은행 계좌는 학생 혜택으로 계좌 사용료가 면제되는 commonwealth에서 만들기로 했다. 어제 베트남 음식점에서도 느꼈지만 은행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는데 호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어휘가 뭐랄까, 되게 다정하다. 아무튼, 계좌를 만들러 왔다 입구에서 Waiting List 담당자분께 말하고 대략 5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해서 일단 지하철역으로 가서 교통카드를 만들었다.
내가 멜버른에 대해 정말 그냥 '산다'에만 집중하고 세세한 생활면에서는 공부해오지 않았다고 느꼈던 게, 대중교통 요금을 몰랐다는 거다. 카드를 만들면서 차액은 잔돈 만들기 싫으니 다 충전하겠다 했을 때, 직원분이 이거밖에 안될 텐데?라고 되물었고 그제야 미안한데 편도에 얼마야?라고 되물었다 😂 편도가 $5이나 된다는 소리에 정신 차리고 지폐를 더 꺼냈다. 호주 대중교통비 비싸다고만 들었지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지. (시티에서만 살면 별로 안 들겠지만... 우리 학교는 시티 중심이 아니다ㅠ) 앞으로 뚜벅이 예약이다.
비교적 쉽게 계좌 만들기를 마무리 짓고 도착한 첫 인스펙션. 솔직히 말하면 급격하게 걱정이 커졌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부동산 사이트의 사진과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알고 있었다. 한국의 허위 매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집 컨디션의 문제보다는 생각보다 8명과 한 집에서 산다는 건 고려할 사항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첫 번째 집, 총 8명이 사는 2층짜리 집의 현관 바로 옆 방이었다. 작은방에 퀸 사이즈 침대와 작은 책걸상이 들어간 탓에 방이 되게 좁아 보였지만 거의 신식이고 깔끔해 보였다. 다만 이 집에 가장 큰 문제. 바로, 세탁기가 단 하나라는 것. 8명이 사는 집에 대형도 아니고 원룸에나 있을 법한 세탁기라니... 직접 살아보지 않아도 보이는 세탁 전쟁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뿐만 아니라 주방도 2주에 한번 전문 청소 업체가 온다고 하지만... 온갖 향신료와 양념을 각자의 선반(오픈된 공간)에 둬야 했는데 이미 위층은 인도인들의 향신료로 점령당해 있었다. 발 높이의 선반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남녀 함께 사는 집에서 남에게 내 속옷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었다. 방이 넓기라도 하면 방에서 건조할 텐데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
첫 번째 집 이후 기대를 한껏 더 낮추고 찾은 두 번째 집, 똑같이 8명이 사는 2층짜리 집의 2층 방이었다. 각 방마다 우리나라 원룸처럼 도어록이 설치되어 있는 형태였고 1층이 공용 주방이 있었는데 넓고 1주일에 한 번씩 전문 청소가 와서 그런지 훨씬 쾌적했다. 다만 2층까지 30kg 가방을 옮기고 이후에 퇴거할 때도 다시 들고나올 자신이 없다는 점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단점이 이곳 또한 세탁기가 하나라는 점이다. 물론 조금 더 큰 사이즈고 건조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절대 살 수 없다 생각했냐면 세탁기와 건조기 각각 사용할 때마다 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ㅋㅋㅋㅋ 아무리 렌트여도 내 집에서 기숙사도 아니고. 그래. 그냥 다른 형태의 기숙사라 여긴다 해도 5달러(=4500원)은 선 넘은 거 아닌가;;;
그렇게 첫날 멜버른? 클레이튼의 살벌한 매물 상황을 파악하고 지칠 대로 지쳐 숙소에 돌아왔다.
2023년 7월 6일, 오늘의 느낌
내 집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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