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원 일기 | MS of Data Science

멜번 일기 1장: 익숙한 듯 낯선 호주에 도착한 스물여섯의 나.

by Ina Dan 2023. 8. 6.
728x90
반응형

2023년 7월 4일, 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스물여섯이 된 나는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올해 2월, 7월이 되면 내가 호주 멜버른에서 2년 동안 석사과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심지어 그 누구도 등 떠밀지 않았다! 순전히 내 의지로 결정한 일이다.) 이상하게도 설레는 마음보다는 그저 알 수 없는 거부감과 은은한 우울감이 컸다. 아마도 더 이상 스무 살(캐나다 어학연수), 스물두 살(폴란드 교환학생) 그리고 스물넷(폴란드 직장인) 내 20대 초반의 반 이상을 해외에 살면서 해외 살이에 대한 로망은 사라지고 현실을 깊이 알아버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호주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보기로 결정했고 그 선택이 가져올 부정적인 것들에 힘들어할지언정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 땅굴만 파면 어쩔 건데? (이래 놓고 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징징대곤 하는 나쁜 습관의 소유자다. 이 자리를 빌려, 결국에는 제멋대로 할 거면서 선택하기 어렵다 징징대곤 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준 나의 친구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번에 호주를 갈 때는 일부러 10시간 이하 비행을 두 번 하는 환승 편으로 잡았다. 왜냐, 올해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12시간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 10시간 이상 비행은 안되겠다고. 더 이상 비상구 좌석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 그 지루함과 특히 온몸이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은 그만 겪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올바른 선택이었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싱가포르 항공인데, 자세한 후기는 따로 포스팅하겠다.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정말 만족스러웠다!

 

 

착륙 2시간 전 만난 하늘 위 일출. 이 일출이 불안하고 가라앉았던 내 마음에 약간의 기대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다 드디어 멜버른에 도착했다.

나의 친구 현규가 말했었다, 너는 해외만 나가면 에피소드가 넘쳐난다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는 또다시 드라마 퀸이 되었다. 좀 좋은 일들로 구성된 대본이면 어디가 덧나나? 내가 속한 에피소드는 항상 사건 사고로 가득하다.

 

 

기계를 사용한 자동 입국심사로 빨리 입국 심사 구역을 빠져나오면 뭐 하나, 내 짐을 1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렇다, 길고 긴 입국 심사 줄에서 기다리지도 않고 빠르게 빠져나왔지만, 나는 위탁 수하물로 붙인 내 짐을 1시간가량 기다렸다. 처음에는 그래, 비행기에 사람이 많았으니까, 그래, 이래야 외국이지 이렇게 넘겼는데 3~40분이 지나가기 시작하니까 슬슬 걱정스럽더라. 지난봄 인천-브로츠와프행 비행기에서 비즈니스를 탔음에도 나만 오고 내 수하물 두 개는 모두 인천에서 태우지도 않고 왔던 황당했던 사건(무려 3일 만에 짐을 받았다)이 다시 PTSD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다행히 짐이 늦게 나왔을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짐을 찾고 나서 기다리는 동안 쌓였던 분노를 잊고 바로 입국장을 나가는 길을 찾는 나를 보며, 그제야 내가 호주에 왔구나 실감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내가 아니었겠지. 그렇다. 픽업 드라이버와 관련해서 또 드라마가 생겼다. 그 덕에 또 1시간을 공항에서 날렸다. 짐을 기다리는 동안 내게 나오면 연락 달라고 먼저 연락 온 드라이버는 알고 보니 우리 학교 담당자가 아니었고 본인조차도 내 번호를 왜 받았는지 모르는 환장할 상황이며 결국 픽업 회사에 연락해서 꼬인 실타래를 푸는 건 내 몫이었다. 어쩐지 로밍을 길게 하고 싶더라니...

그렇게 오전 9시 30분경에 멜버른에 도착해서 11시 30분에서야 임시 숙소에 도착한 나는 굶주린 배와 털린 멘탈로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호주 음식점에서 먹으면 비싸대, 요리해서 먹어'라는 말을 알지만, 폴란드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건데 상황에 따라 나를 위해서 돈을 쓸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당장 비싸든 말든 빨리 맛있는(맛없는 음식으로 배 채우는 건 극혐이다.) 음식을 내 위에게 제공해야 했다.

 

배고픈 와중에도 구글 평점까지 고려하면서 결정한 호주에서 첫 끼는 쌀국수였다. 서진 삼촌이 말했다.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면 차이나타운이라고. 중국 식당들도 있었지만, 튀김이 주여서 그것보다는 세계 어디를 가도 평타 이상은 한다고 나 나름의 데이터로 보장하는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특히 그래도 겨울이라고 제법 차가운 멜버른 겨울바람에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다.

또 한 번 서진 삼촌의 말을 빌리자면 기본이 제일 맛있다 그니까 기본 골라라.인데 공항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스트레스인지라 그래도 매운맛이 필요했다ㅋ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국물과 토핑은 만족. 하지만 면은 이 가게 쌀국수가 다 그런 거 같은데, 우리가 흔히 아는 납작한 쌀국수 면이 아니라 해외공장에서 Asian 붙이고 파는 동그란 가성비 면이었다. 아니 아무리 호주여도 쌀국수 면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래도 국물이랑 토핑을 실했으니까 봐준다.

배를 채우고 런치 세트(쌀국수 + 베트남식 커피)임에도 $19, 1만 6천 원에 달하는 가격(면 쌀국수 면이었으면 인정.)에 정신을 차리고 장을 보러 갔다. 쇼핑몰이어도 워낙 아시안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점이 아시안 음식점이었고 아시안 마트까지 있었다. 심지어 네네치킨이 있더라. 물론 호기심에 들어가 본 아시안 마트 가격을 보고 그냥 나왔지만. 로컬 마트에서 샐러드 믹스, 닭 가슴살 한 덩이, 바질, 칠리, 다진 마늘, 펜네 면, 냉동 새우 300g, 여행용 보디워시 이렇게 사서 $43, 3만 7천 원 정도 나왔다. 폴란드 - 한국 -호주를 거치다 보니까 장보기 물가가 비싼 건지 싼 건지 잘 감이 안 온다.

 

 


2023년 7월 5일, 오늘의 느낌

구글 맵이 잘못된 걸까, 멜버른에서는 원래 그런 걸 까?

구글 맵도 사람들도 횡단보도를 찾기보다는 그냥 대로를 막 건넌다.

횡단보도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728x90
반응형

댓글